– 200년 동안 관세로 세상을 흔들어온 이야기 –
관세로 본 미국의 속내

“미국은 자유무역의 수호자다?”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역사 속 미국은 의외로 자주, 때로는 꽤 강하게 관세라는 무기를 휘둘러 왔습니다. 단순히 경제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 외교적 압박, 심지어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쓰였죠.
이번 글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관세 정책들을 명분 – 관세율 – 결과의 틀로 정리하고, 그 뒤에 어떤 국제 정세가 펼쳐졌는지 흥미롭게 풀어보겠습니다.
1. 1789년 – 독립 후 첫 관세, 나라 살림을 열다
명분:
미국이 독립은 했지만, 돈이 없었습니다. 세금 제도도 엉성했고, 전쟁 빚은 산더미였죠.
그래서 정부가 생각한 것이 “들어오는 외국 물건에 세금 매기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덤으로 영국 제품의 시장 침투를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죠.
관세율: 평균 5~10%
결과:
이 조치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관세는 연방 정부 재정의 90% 이상을 차지했고, 미국 제조업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관세는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국가를 세우는 기둥이었습니다.
2. 1828년 – ‘혐오 관세’로 불붙은 남북 갈등
명분:
북부는 산업화를 앞세워 “유럽 물건이 너무 싸게 들어와서 공장이 망한다”며 고율 관세를 주장했습니다.
반면 농업 중심의 남부는 “우린 유럽에 목화 수출해야 먹고 사는데, 너희 때문에 보복관세 맞으면 우리 죽는다!”며 강하게 반대했죠.
하지만 북부가 정치적으로 우세했던 상황. 밀어붙였습니다.
관세율: 최고 45% 이상
결과:
남부는 폭발합니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이건 위헌이다!”라며 관세 무효화 선언을 하고, 연방 정부와 무력 충돌 직전까지 갑니다.
이 사건은 훗날 남북전쟁의 서막으로 이어졌죠.
관세 하나가 미국을 둘로 쪼갠 셈입니다.
3. 1930년 – 대공황 속 스무트-홀리 관세법, 세계를 얼리다
명분:
대공황이 터지자 실업률이 치솟고 공장 문이 닫혔습니다.
“이럴 때 외국 물건 사줄 여유가 어딨냐, 우리부터 살리자”라는 주장 속에, 2만 개가 넘는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법안이 통과됩니다.
전형적인 고립주의적 보호무역의 극단적 형태였습니다.
관세율: 평균 40% 이상, 2만여 개 품목 대상
결과:
전 세계가 곧장 보복관세로 맞서며, 무역이 순식간에 얼어붙습니다.
세계 무역량은 불과 몇 년 만에 60% 급감했고, 대공황은 더 깊어졌죠.
지금도 경제학 교과서에 **“절대 하면 안 되는 정책”**으로 남아 있는 대표적 실패 사례입니다.

4. 1980~90년대 – 일본과의 경제 냉전
명분:
일본이 자동차, 전자제품으로 미국 시장을 점령하자, 미국 산업계가 흔들렸습니다.
“이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라는 분위기 속에, 관세와 규제, 수출 제한 요구가 잇따릅니다.
표면적으론 자유무역을 말했지만, 속으론 정교한 경제 압박전이 펼쳐졌죠.
관세율: 자동차·반도체 등 특정 품목 중심 고율 관세 + ‘자발적 수출 제한’ 요구
결과:
일본은 수출을 줄이는 대신, 미국 내에 공장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이때 생긴 도요타·혼다의 미국 공장들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죠.
미국은 이 경험을 통해 관세 없이도 통제하는 기술을 터득하게 됩니다.
5. 2018년 – 트럼프의 관세 전쟁 선언
명분:
“중국이 우리를 털어가고 있다. 공장도, 일자리도 빼앗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를 이유로 중국을 정조준하고, 철강·알루미늄에 시작해 전방위적인 관세를 퍼붓습니다.
WTO 체제에서 이런 ‘직구 관세’는 거의 보기 드문 일이었죠.
관세율:
ㆍ철강: 25%
ㆍ알루미늄: 10%
ㆍ중국산 제품 약 3,600억 달러어치에 대해 10~25%
결과:
중국도 즉각 보복관세로 대응하며 전면전 돌입.
세계 공급망은 충격에 빠졌고, 많은 다국적 기업이 **‘탈중국화’(디커플링)**를 가속화합니다.
이 관세 전쟁은 세계 무역의 분열을 가속시켰고, 자유무역의 균열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6. 2025년 – 트럼프 2기의 ‘경제 독립 선언’
명분: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는 한층 강해진 목소리로 외칩니다.
“미국은 스스로 자급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역적자는 약탈이다!”
이번엔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글로벌 패권 경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거의 모든 수입품에 광범위한 관세를 예고합니다.
심지어 우방국조차 예외가 없다는 점에서 세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관세율:
ㆍ전 수입품: 최소 10%
ㆍ무역 흑자국 (중국, 독일, 멕시코 등): 최대 60% 수준까지 예고
결과: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 한국 등 동맹국들마저 WTO 제소를 준비하고, 중국은 새로운 보복 조치를 발표합니다.
글로벌 공급망은 더욱 단절되고, 세계는 무역 블록화의 흐름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기업들은 생산거점을 다변화하거나, 아예 **‘국가별 내수 시장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기 시작하죠.
이른바 ‘포스트 자유무역 시대’의 개막. 그 신호탄이 바로 이 관세였습니다.
결론:
미국은 언제나 관세를 전략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세금이 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심지어 이념의 무기이기도 했죠.
20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관세는 숫자가 아니라, 메시지다.”